183
소더비의 5월 옥션에 나오는
인상파 작품들
영국의 미술사학자 '로저 프라이(Roger Fry)'(1866 - 1934)는 ‘후기인상주의’라는 용어를 고안하고, 1910년 런던의 그라프턴 갤러리(Grafton Galleries)에서 "마네와 후기인상주의"라는 제목의 전시를 기획했다. 이 전시는 '마네(Édouard Manet)' 이후 현대미술의 발전을 요약하고, '반 고흐(Vincent van Gogh)', '고갱(Paul Gaugin)', '쇠라(Georges Seurat) 그리고 '세잔(Paul Cézanne)'과 같은 프랑스 미술의 거물들을 '후기인상주의'라는 범주로 제시한 최초의 전시였다.
당시 '프라이'가 확립한 '후기인상주의'의 개념은 현재까지도 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을만큼 혁신적인 업적이었다. 이로부터 한 세기가 넘게 흐른 2023년 5월 16일, 소더비는 '프라이'의 진보적인 현대미술 정신에 경의를 표하고, 19세기 프랑스에서 찬란하게 꽃피던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의 흐름을 훑고자 다음과 같은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에두아르 마네, 산책하는 사람 (1879). 캔버스에 오일. 추정가: 26억8천만 - 40억2천만원
이번 컬렉션은 '로저 프라이'가 정립한 '후기인상주의'에 대한 정의와 역사적 기준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에 ‘마네’로 시작해 ‘드랭(Andre Derain)'과 ‘보나르(Pierre Bonnard)’로 끝난다. 1879년에 그려진 "산책하는 사람(Le Promeneur)"은 부르주아 계급의 전형인 '플라뇌르(flâneur, 한가롭게 거니는 사람)'를 특징으로 한다. 프랑스 소설가이자 시인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는 소설 "현대 생활의 화가(The Painter of Modern Life)“에서 자유롭게 도시를 거닐며 예술을 열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작가들을 '플라뇌르'로 묘사하였다.
이런 플라뇌르의 성격과 흡사하게도, '마네'는 늘 '인상주의' 작가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자유로운 플라뇌르처럼 행동하였다. 하지만 마네가 '인상주의' 화가들의 토대를 마련했던 것은 분명하다. 특히 마네가 "산책하는 사람(Le Promeneur)"의 작품에서 표현한 도로 위 흰색 터치는 '인상주의' 작가적 해석이라고 보여진다. 겨울의 눈은 빛과 색을 부드럽게 반사시키며 실제로 녹아내리고 있는듯 보인다. 가게의 창문은 실크 모자의 광택까지도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 정원에 앉아 있는 소녀 (1875년경). 캔버스에 오일. 추정가: 53억6천만-80억5천만원
인상주의 화풍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는 기존의 화풍과 달라 프랑스의 부르주아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인상주의' 그룹은 자체적으로 전시 장소를 마련하고 작품의 해석을 조형적 언어로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였다.
르누아르(Pierre-August Renoir)'는 예리한 안목으로 빛과 대기를 포착하여 "정원에 앉아있는 소녀(Jeun Fille Assisedans un Jardin)"라는 걸작을 그려냈다. 앉아있는 소녀 주위를 무성하게 에워싼 에게해빛 푸른색과 에메랄드빛 녹색은 최고급 비단과 같은 느낌을 주며 아름다운 색채로 진동하는 정원의 모습을 드러낸다. '인상주의' 전시회에 4회 참여한 르누아르는 전형적인 '인상주의' 정신을 구현한다.
제4회 인상주의 전시회가 열리던 1880년, 인상주의자 화가들은 서서히 분열된다. '인상주의'의 위기라고 불리는 이 시점부터 이들의 작품은 점점 더 시각적으로 구별되는데, 그럼에도 '마네'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구스타브 카유보트, 굴이 있는 정물화 (1881). 캔버스에 오일. 추정가: 13억4천만 - 20억1천만원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는 '마네'가 처음으로 시도했던 방식을 따라 작업을 지속했다. 예를 들어, '카유보트'는 '마네'가 20년 전에 사용했던 몇 가지 요소를 시각적으로 차용해 작품 "굴이 있는 정물화(Nature Morte aux Huîtres)"를 그렸다. 당시 '마네'도 약혼녀의 선물로 굴 정물화를 그리고 집에 걸어두었는데 이를 '카유보트'가 본 것으로 추정된다. 두 정물화 모두 통통한 굴 한 접시와 레몬 반쪽 두 개의 옆면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차이를 찾자면 '마네'는 굴 자체의 미묘한 색조 부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반면, '카유보트'는 굴 자체가 가진 진주 같은 질감뿐 아니라 와인잔, 유리병, 칼날에 비친 빛의 굴절까지 포착했다는 것이다.
왼쪽: 클로드 모네, 마땡 곶에서 (1884). 캔버스에 오일. 추정가: 134억1천만-201억2천만원
오른쪽: 클로드 모네, 보르디게라의 종려나무 (1884). 캔버스에 오일. 추정가: 67억-93억9천만원
카유보트'의 동료 '모네(Claude Monet)'는 1880년대 중반 '지베르니(Giverny)'를 떠나 '르누아르'와 함께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 '보르디게라(Bordighera)'에 머물며 찬란하고 실험적인 풍경을 그렸다. 이 따뜻한 기후의 도시들에서 '모네'는 활기 넘치는 작품을 여러 점 탄생시키며 '인상주의'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특히 화창한 기후의 따뜻한 색조가 물씬 풍기는 작품 “마땡 곶에서(Au Cap Martin)”는 산맥, 나뭇잎, 땅의 색채 대비가 효과적이다. 또 다른 작품인 “보르디게라의 종려나무(Palmier à Bordighera)”에 고조된 색채와 왕성한 붓터치로 대담하게 표현된 야자수는 '모네'의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카미유 피사로, 튈르리 정원과 플로라 정자, 눈 효과 (1899). 캔버스에 오일. 추정가: 20억1천만-33억5천만원
인상주의 전시 8회에 모두 참여한 유일한 인상주의자인 '피사로(Camille Pissaro)'는 보다 차분한 색채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피사로'는 리볼리가 204번지의 스튜디오 창 앞에서 완벽한 조명을 기다리다가 작품을 그리곤 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 “튈르리 정원과 플로라 정자, 눈 효과(Le Jardin des Tuileries et le Pavillon de Flore, Effet de Neige)"은 분홍, 파랑, 초록, 라벤더, 모브, 바이올렛 등 다양한 색상들이 사용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단색조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당시 그가 썼던 편지가 발견됐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리볼리가 204번지에 있는 아파트를 계약했습니다. 밤나무 숲 뒤에 있는 생클로틸드의 첨탑들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멋진 연작을 그려봐야겠습니다.”
조르주 쇠라, 봄을 만끽하다 (1884–85년경). 패널에 오일. 추정가: 8억-10억8천만원
쇠라(Georges Seurat)'는 '인상주의'에 대응해 또 다른 혁명적인 방식을 고안했는데, 이것이 바로 미술 평론가 '펠릭스 페네옹(Félix Fénéon)'이 '점묘주의'(또는 '신인상주의')라고 부른 회화 형식이다. '인상주의'가 예술가의 주관성을 수용한 반면, '점묘주의'는 보다 더 객관적인 관점을 추구했다. '쇠라'가 '점묘법'을 고안한 초창기에 그린 작품 ‘봄을 만끽하다(Printemps Ala Grande Jatte)’에서는 각각의 붓터치 하나하나가 묘사하는 대상보다 더 중요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수십 년 후 추상화의 기초가 되는 잠재성이 담겨있다.
왼쪽: 앙드레 드랭, 샤투의 절경 (1904-05년경). 캔버스에 오일. 추정가: 40억2천만-67억원
오른쪽: 피에르 보나르, 오렌지와 감 (1940년경). 캔버스에 오일. 추정가: 40억2천만-53억6천만원
강렬한 붓놀림과 대담한 색채로 유명한 ‘마티스(Henri Matisse)’와 ‘드랭(André Derain)’ 같은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은 1910년 '프라이'의 기념비적인 전시회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후기 인상주의자들 중 가장 급진적인 일명 ‘야수주의자들(Fauvists)’은 1905년 '살롱 도톤(Salon d’Automne)' 전시회에서 야생적인 색채들을 선보였는데, 이를 관람한 미술 평론가 ‘루이 복셀(Louis Vauxcelles)’가 ‘야수(Fauve)’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을 계기로 그 이름을 얻게 되었다.
야수주의자'들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강렬한 색을 입힌 대상들을 그렸다. '드랭'의 1904년 초기 작품 "샤투의 절경(Payage de Neiga Chatou)"의 겨울 하늘이 충만한 파스텔 바이올렛, 분홍, 황금빛 노랑으로 표현된 것을 보면 작가가 지독하도록 대담하게 색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야수주의자'는 아니지만 '보나르(Pierre Bonnard)'도 작품 "오렌지와 감(Orange et Kakis)"에서 이와 유사한 관능적인 색채를 구현했다. 노란빛 오렌지와 주황빛 감이 서로 대비되고, 이들이 또 다시 바구니 내부의 부드러운 에메랄드 녹색 직물에 대비되는 화려한 정물화다.
소더비는 5월 16일 경매를 통해 '프라이'의 미술사적 공헌과 생기 넘치는 '인상파'의 본질에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마네'에서부터 '후기인상파'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보물 같은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소더비 경매 다음날부터는 5일간 제11회 '프리즈 뉴욕 (FRIEZE New York)'이 개최될 예정이라 현재 뉴욕 미술시장의 열기가 한껏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출처: sothebys.com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헬리오아트 Report no.185] May Week 3 (0) | 2023.08.25 |
---|---|
[헬리오아트 Report no.184] May Week 2 (0) | 2023.08.25 |
[헬리오아트 Report no.182] April Week 4 (0) | 2023.08.25 |
[헬리오아트 Report no.181] 2023 April Week 3 (0) | 2023.04.24 |
[헬리오아트 Report no.180] 2023 April Week 2 (0) | 2023.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