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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중앙] 한혜욱의 ART & MONEY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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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ioArt 2024. 5. 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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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욱의 ART & MONEY 6]

너도나도 옥션하는 세상

 

"미술품 경매 열풍에 휩쓸리기 전에 따져 봐야 할 것들"

"앤디 워홀 작품 국내 최고가 27억원 낙찰, 작품의 세계 경쟁력 엄밀히 따질 것"

 

 

미술품 경매, '옥션' 열풍이다. 그림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도 미술 경매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경매라는 것은 우리가 알다시피 사고자 하는 사람은 가장 싸게 사고 싶을 때, 팔고자 하는 사람든 가장 비싸게 팔고 싶을 때 택하는 수단이다. 또한 경매를 통해 얼마나 대상이 값어치가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경매라면 부동산 경매만 떠올리던 사람들에게 미술 경매라는 생소한 분야는 미술 투자의 맥락에서 관심 집중의 대상이 됐다. 신문을 봐도 온통 옥션 열풍, 급기야 호당 '000원'라는 신문 전면 광고가 등장하는 등 본격적인 상업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마치 그림 한 점 안 사 두면 손해 볼 것 같은 분위기다. 미술 경매에 참여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그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먼저 미술품에 투자함으로써 돈도 벌고 감상도 하고 우리 생활을 업그레이드시켜 보자는 일거양득의 목표를 정해보자.

 

미술 경매하면 홍콩 크리스티나 뉴욕 소더비가 먼저 떠오른다. 이 두 곳은 세계 미술 경매 시장의 양대 산맥. 소더비는 2007년 상반기에 약 1250억132백만 달러의 실적을 내면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92% 상승을 기록했다. 물론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네덜란드의 유명한 미술품 딜러 로버트 누트만이 올해 1월 사망하면서 소장품들을 소더비에 판 결과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엄청난 규모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미술 옥션은 실제 미술 경매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엄밀히 말하면 작품 판매의 형태를 바꾼 수준 정도, 미술 경매의 골격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화, 조직화되어야 한다. 경매 역시 현물 시장과 다름없이 시장의 논리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미술 경매는 컬렉터가 화상을 통해 직접 구매를 할 때와는 다르다. 화상을 통하는 구매는 화상과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만, 경매는 조언을 받더라도 상당 부분 컬렉터의 안목과 선택에 좌우된다. 경매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참가비와 구매할 경우 구매 수수료로 작품가의 8~10%(부가세 별도)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구매 결정을 취소하면 작품가의 30%를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경매에 자신의 그림을 위탁하여 판매할 경우에도 출품료와 김정비를 지불하고, 작품이 낙찰되었을 때는 위탁 수수료를 10~15%(부가세 별도) 지불한다. 우리가 옥션 낙찰가를 따질 때는 낙찰된 가격에 8~15%(가격에 따라) 지불해야 할 부분을 포함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 경매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경매에 참가하기 전 작품을 보는 안목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 9월 말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앤디 워홀의 "자화상"이 국내 경매 최고가인 27억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국내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지난 2007년 7억4000만원에 팔린 안젤름 키퍼의 작품이었지만 이번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상위 4위를 랭크한 외국 작품들이 모두 18억원을 넘어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경매 열풍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로 이ㅣ틀에 걸쳐 진행된 경매의 총 낙찰금이 3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과연 미술품 투자가 이러한 통상적인 붐으로 가야 할까? 미술품이 지금까지 존속할 수 있고 미술관과 박물관이 그 나라의 수준과 부의 상징으로 꼽히는 것은 미술품 자체가 가지는 가치와 의미 때문일 것이다. 미술 투자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는 물론 YES, 미술품은 그 가치가 인정되고 난 후에는 작가가 남긴 작품 수 안에서 유통될 수밖에 없다. 작가가 그려 놓고 떠난 이후 우리는 더 이상 작품을 만날 수 없는 것이다. 작품 수는 부족하고, 투자 가치는 올라가고, 이것이 바로 미술 시장의 생리다. 미술 투자에 여러 각도의 가능성이 입증된 지금 세계 미술 시장은 이미 투자 목적으로 한 미술품이 1순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 옥션 시장은 신중히 바라보아야 한다. 경매에 나온 미술품의 예술적 가치와 작가적 소양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대중적인 관심도도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또한 합리적인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미술품을 우리 시선으로, 우리만의 소유물처럼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글로벌 시대에 미술품이야말로 세계 어느 곳에서나 컬렉터를 가질 수 있으므로 시장이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작가도 세계 옥션 가격대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맞추어 나간다면 우리나라 미술도 발전이 될 것이다. 한국 사람에게 그림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세계 시장을 겨냥한 작가의 이야기를 우리는 신중하게 생각해 봄직하다. 또한 무조건 상업적 광고나 시장성에 휩쓸리지 말고 한 번만 불러서 보자.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며, 내가 작품이 주인이 된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바라본다면, 괜찮은 옥션 컬렉터가 될 것이다.

 

글 한혜욱

 


 

출처: 여성중앙(현 제이컨텐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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