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사고 싶다. 어떤 그림을 사야 할까? 그림을 어떻게 골라야 할까? 내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을 수 있을까? 돈이 된다는데, 돈 되는 그림은 어떤 그림일까?
요즘 미술 투자에 관한 정보가 많아지고 전시 소식도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현실적인 투자에 모아지고 있다. 가능하다면 투자하고 싶다는 것. 마음에 드는 좋은 그림이 감상에만 그치지 않고 투자의 만족까지 준다면 더없는 기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림을 감별해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그림을 놓고 이것은 좋고 이것은 아니다, 말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하지만 투자 가치의 테두리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작품들을 선정해볼 수는 있다. 투자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면 그림을 감상하고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다. 투자는 수익을 주어야 한다. 수익을 주는 그림이란 지속적인 발전과 그림의 가치를 향상시켜주는 작가의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작가의 작품 경력을 살펴보자.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는가? 작품은 어떠한 변화를 해왔는가? 지금은 어떠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가? 미술 작품도 그 시대의 트렌드를 알고 가야 한다. 현대 작품은 현대라는 단어에 걸맞게 현대의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은 지금의 인테리어, 유행 감각 등과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인상파 작품에 대한 투자의 가치는 뛰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소장품이지만, 이 시대에 탄생되었다면 관심을 끌 수 없었을 것이다.
둘째, 40대 이상의 작가를 찾아보자. 그림을 그려 작품을 완성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자신만의 철학 없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그림과 짧지 않은 세월을 함께 지내온 연륜과 인생을 바라보는 성숙함이 작품과 더욱 값지게 만들어준다.
물론 20~3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소개되고 구매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들 역시 꾸준히 발전하면서 좋은 작품을 낸다면 지금 소장한 향후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투자라는 개념을 본다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 나이가 무조건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40대를 넘어선 작가들 가운데 작품 활동이 꾸준하고 적당한 콜렉터도 형성되어 있다면, 그쪽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0만~3000만원대 작가인 김태호의 경우 대학에 재직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놓았다. 감각이 현대적이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콜렉터 군단도 형성되어 있다. 동양화과를 나와 유화 작품을 꾸준히 해온 최선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체계화하려 노력하며,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는 등 철학적 사고의 깊이를 작품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
또한 1000만원대의 작가로는 권용래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캔버스에 그리는 작업이 아닌 캔버스 위에 설치하고, 빛으로 효과를 주는 새로운 기법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빛이라는 매체의 다양함과 화려함이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이외에도 도윤희, 홍승혜, 김춘수, 장승택 등이 40, 50대 작가의 탄탄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셋째, 작품에 대한 작가의 적극성과 애착을 살펴보자. 작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과 삶에 성실하고, 자신을 어필하기를 주저하지 않느냐도 투자자로서는 관심 있게 보아야 하는 면이다. 이미 작고한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현재 활동하는 작가 중에서 미래와 현재를 위한 투자를 원한다면, 작가의 적극적인 활동도 작품에는 영향을 준다. 현대는 자신을 적당히 어필하는 시대이다. 작가의 세계도 안으로 숨어 있기보다는 밖으로 드러내며 표현하고 싶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낼 필요가 있다.
넷째, 작가 감별에 이어 작품을 감별해보자. 작품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작품과 작가 고유의 철학적 세계에서 나온 작품으로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 투자 가치가 있느냐는 선택일 뿐이다. 전자는 현재의 만족이 지속적인 만족으로 가느냐이고, 후자는 작가의 꾸준한 노력으로 자신의 세게를 얼마나 어필하느냐에 대해 장기적 투자를 필요로 한다. 이 두 가지 모두, 훌륭한 작품성이 뒷받침될 때 단기, 장기의 투자 가치를 주는 것이다.
현대 작품은 뚜렷한 형식이 있기보다는 작가의 개성, 의도에 의해 다양한 성향을 드러낸다. 요즘 서양에서는 기존의 작품 경향과 함께 팝적인 성향의 작품들을 선호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앤디 워홀의 '캠벨스프'나 '마릴린 몬로'의 경향보다는 사고적 팝이다. 일상에서 소재를 찾고 일상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주제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소재는 좀 더 다양해지고 보는 사람들의 층도 넓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팝적인 경향의 작품들을 하는 작가들이 꽤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아떨어지는 작품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고, 수요가 형성되면 투자로서도 알맞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작품을 작품성으로 관찰할 것인가, 시대적 흐름에 관점을 둘 것인가. 작품은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녀야 하기에 작가와 콜렉터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외국 투자 전문가들은 고미술, 인상파, 현대 미술(~1960, ~1985, ~2007)로 나눠 수많은 작품과 작가를 분석하고 현대의 흐름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다. 고액의 투자라면 모를까, 우리의 적당한 가계에 맞춰 투자를 원한다면, 현재 활동하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작가군을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글 한혜욱
출처: 여성중앙 (현 제이컨텐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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