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에게 미술 시장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다. 미술은 시장이라는 상업적인 표현과 어울리지 않는, 고고한 예술의 세계에서만 존재할 것 같던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다. 팝아트는 우리에게 미술 시장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아트에서 신문과 텔레비전 광고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상품들과 인물들이 예술적 캔버스 안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를 찌르는 찹 아트의 소재들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즐겁게 해주었다. 또한 쉽게 다가서지 못하던 화랑과 전시장의 문턱을 낮게 만들었다. 예술이 가진 대중성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현대 미술이 가장 주목하는 장르로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팝 아트.
팝 아트란 예술성을 지닌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대중성과 동시대의 다양한 사회상과 가치관 등을 담은 현재성을 표현하는 장르를 말한다. 미술이 현재성과 대중성을 지닌다는 것은 미술은 저변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예술적 가치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쉽게 즐기며 감상할 수 있는 소재는 팝 아트를 대중과 친근한 미술 장르로 만들어 주었다. 덕분에 팝 아트 컬렉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62년 로렌스 알로웨이에 의해 '팝 아트'라는 용어가 정의되고 사용된 이후, 지금까지 팝 아트는 미국을 중심으로 대중문화와 일상 속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팝 아트는 TV, 광고, 잡지, 만화와 같은 대중 매체의 이미지르 ㄹ파용해 상업적 대중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비판적 혹은 냉소적으로 담아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고급 미술과 저급 미술을 간극을 메우려는 팝 아트의 노력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일상성을 하위 미술과 분리시킨 대신 상업성과 결합시켜 다양한 층위로 존재하는 새로운 미술 영역을 탄생시켰고, 결국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미국의 팝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들로는 우리가 잘 아는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리처드 해밀튼, 로젠퀴스트, 톰 웨슬만 등이 있다.
앤디 워홀은 '캠벨 수프 통조림'이나 '마릴린 먼로' 등 유명 인사의 초상 작품뿐만 아니라, 드로잉, 사진, 포스터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앤디 워홀의 드로잉을 보면 그가 얼마나 화가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점들이 지금도 워홀 작품의 가치를 높여 주고 있다. 앤디 워홀의 작품이 2억~3억원대에서 수십억원에 이른다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판화는 1000만~2000만원에도 구매가 가능하다. 또한 유화의 경우는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몇 십억에서 100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해밀튼이나 로젠퀴스트, 웨슬만의 경우에도 작품에 따라 200만~300마눤에서 3000만~4000만원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꼭 유화나 대표 작품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더 쉽게 투자에 다가갈 수 있다.
사실 팝 아트의 인기는 소비문화의 발전과 궤를 함께 한다.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소비는 예술적 소재로도 매우 매력적이다. 현실적이면서 예술적이라는 요건을 갖춘 팝 아트는 미술 시장의 핫한 투자 아이템이기도 하다. 팝 아트가 지닌 현재성은 세월이 흘러도 익숙하므로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도 낙관적이다.
지금 소마미술관에서는 유럽 누보 팝전이 열리고 있다. 누보 팝이란 우리말로 '새로운 팝'이라는 뜻. 유럽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9명의 작가와 크래킹 아트라는 그룹의 유명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니 팝 아트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꼭 감상해 보기 바란다. 팝 아트의 최신 흐름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누보 팝 작가들은 소재와 작품 기법을 각자의 표현 방법으로 팝 아트라는 장르를 표현해 내고 있다. 사실적 묘사로, 점묘법으로, 구상적 표현으로, 은유적 이야기로 표현해 낸다. 한 작품 한 작품 가까이서 보면서 작가의 테크닉을 함께 감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더불어 작가의 정신 세계와 철학도 면밀히 관찰해 보자. 작가가 작품을 하며 쌓아 온 사고와 철학이 팝 아트라는 장르로 표현된 것이므로 작품 너머에 보이는 정신세계까지 읽는다면 감상이 훨씬 즐거워진다. 물론 투자의 관점에서도 작가의 정신세계 관찰은 필수다.
우리나라에서도 팝 아트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퍼포먼스와 함께 팝 아트를 전개하는 낸시 랭, 이동기, 최병진 등 젊은 작가들의 움직임이 눈에 띤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테크닉이나 작품적 소양은 이미 국제적이다. 작가들의 소재 선택이나 표현 방식이 좀 더 시대적 흐름과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간다면 한구의 팝 아트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팝 아트의 예술적 가치가 상승 기류를 타고 있으므로 뛰어난 작가적 소양을 가진 누군가를 발견한다면 장기적 투자처로 손색없을 것이다. 앤디 워홀 작품의 가치가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글 한혜욱
출처: 여성중앙 (현 제이컨텐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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