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아이를 위해 저축을 하고 싶은데 돈이 아니라 그림으로 해주고 싶다고. 현명한 어머니라는 생각을 했다. 자식을 위해 그림을 고르며 훗날 아이에게 정신적,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 어린이날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면, 미술품을 그 선물 리스트에 넣어보면 어떨까. 꼭 비싸고 유명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소박한 판화 한 점이라도. 보통 선물들과는 의미 자체가 달라질테니 말이다.
미술 펀드. 미술품에 투자해 돈을 번다는 것은 우리에게 생소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이런 투자에는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 많은 이의 궁금증이기도 하다. 사실 미술품 투자가 다양해지고 관심이 많아지면서 가격대도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너무 싸도 불안하고 너무 비싸도 겁이 났던 미술품에 대한 부담감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옥션 시장과 화랑가, 화가들의 노력이 미술품에 대한 사람들의 늘어나는 관심과 발길로 결실을 맺는 중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여기저기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그림을 살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인사동 노화랑에서는 100만원대 소품을 모아 파는 "작은 그림 큰 마음 전"이 성황을 이뤘고, "슈퍼마켓 갤러리"를 표방한 쌈지아트마트에는 젊은 화가와 사진가, 디자이너, 공예가들의 작품을 빽빽이 걸어놓았다. 또,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중저가 아트페어 "김 과장 전시장 가는 날"은 그림 좋아하는 소액 투자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투자란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다. 그림 투자는 그림을 투자 대상으로 하여 그림을 즐기며 돈도 버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만끽하고자 하는 행위다. 물론 독일, 런던, 파리, 뉴욕 시장에서도 블루칩 작가는 존재하고 큰 손 투자가들은 1위에서 50위, 50위에서 100위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런가 하면 소액으로 취향에 따라 그림을 사 모르는 컬렉터도 존재한다. 큰 시장과 작은 시장은 늘 공존한다. 우리나라에도 큰손들이 거래하는 큰 미술 시장과 저렴한 가격대로 미술 시장을 활성화하는 작은 미술 시장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시장은 넓을수록 좋고, 사람들의 관심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요인이 된다.
컬렉터 입장에서는 그림을 다양하게 볼 수 있고 좀 더 쉽게 그림과 친근해지는 것은 졸지만, 100만원대라는 유혹이 행여 투자자의 안목을 흐려놓을까 염려스러워진다. 미술 투자는 다른 투자와 달리 사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감상하는 묘미까지 느끼게 하는 생동감 있는 투자다. 훗날 미술품 가격이 오르면 또 새롭게 보이고 다시 한 번 만족하게 되는 현재진행형 투자이기도 하다.
좋은 미술 투자자가 되고 싶다면 첫째, 많이 봐야 한다. 화랑들이 내세우는 상업적인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화랑을 많이 다녀보기 바란다. 화랑을 순례하다 보면 한국 작가나 외국 작가의 작품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또 지금 열리고 있는 미술관의 전시도 놓치고 가기는 아깝다. "반 고흐에서 피카소"전이나 "인상파전" 등 미술사적으로 가치 있는 명작을 본다는 것은 무의식 중에 우리의 안목을 폭넓게 바꿔놓는다. 무엇이든 직접 대할 때의 느낌은 다르다. 그림을 직접 보면서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감정 변화를 스스로 감지하는 것도 재미있다. 아이들과 함께 본다면 더욱 좋겠다.어려서부터 컬렉터의 자질을 키운 아이들은 미래에 훌륭한 미술품 투자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가격에 연연하지 말자. 싸서 사고 싶다든가 어느 정도 비싸니 안심할 수 있다든가 하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보고 편한 그림, 내 분위기에 어울릴 것 같은 그림을 찾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한다면 자신의 취향과 투자 금액에 맞는 작품을 추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가 작품이라도 100만원의 가치를 뛰어넘기도 하고 100만원의 가치에 미치지 못할 때도 있다.
작품은 작품이다. 예술 작품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이 아닌 이상 미술품은 고유의 가치를 지닌다. 지금의 가격 이상의 가치가 분명 존재한다. 소액 투자건 고액 투자건 구매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사실은 똑같다. 이런 전제 하에 미술 관람을 즐기고 투자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미술 투자자로서 한 걸음 앞선 안목을 갖게 된다.
미술품 투자는 유행이나 미술 시장이 움직이는 속도에 솔깃하기보다는 한 발짝 한 발짝 신중하게 다가설 때 심리적인 만족과 경제적인 이득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투자란 무조건 싸도, 무조건 비싸도 좋은 것이 아니다. 미술품은 미술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녀야 하고 우리는 그 가치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분별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햇살이 눈부신 5월이다. 아이와 함께 '나만의 그림 찾기' 여행을 다녀보고, 아이에게 선물할 그림 한 점 고르러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보길 바란다.
출처: 여성중앙 (현 제이컨텐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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