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열렸던 한국국제아트페어(Korea International Art Fair). 올해로 5년째 접어든 이 행사는 우리나라 미술 시장의 최근 동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208개의 화랑이 참가한 가운데 50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되면서 매출액만 175억원을 기록, 지난해 대비 75% 상승하며 미술 애호가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것.
미술이 돈이 된다는 펀드적 붐은 임제 실제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100만원대의 그림전 등 가격대별 기획전의 입소문도 이런 움직임을 활성화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미술품 투자의 기쁨을 어떻게 만끽할 수 있을까. 지난달에도 언급했듯이 미술은 미술이다. 작품은 작품인 것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다. 그림은 그리는 작가의 정신이 남겨지고 그것이 감상자에 의해 재해석되면서 한 작가의 작품으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을 고르고 투자하여 이득을 창출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무조건 남의 말만 들어서도 안 된다.
우선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특히 그림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투자 개념은 더욱 그렇다. 무조건 흐름을 좇기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하고 찬찬히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필자가 권하고 싶은 것은 20세기 그림의 흐름에 대한 공부다.
서점에 들러 책 한 권 사보기를 바란다. 미술 시장을 분석한 실용서들도 많지만, 그것보다는 인상파 이후 현대미술을 알기 쉽게 정리해놓은 책부터 읽도록. 인터넷도 미술 공부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19세기 이후 20세기 현대 미술 작품의 흐름을 알고 나면 작품을 보고 비교하며 이해하기 쉬워질 것이다.
먼저 그림을 감상하며 즐길 줄 알아야 투자도 성공적이고 가치가 있다. 그림 보는 것이 즐겁고 나의 집에 걸려 있는 그림에 만족을 느끼며 투자의 만족도 함께 할 수 있어야 미술 투자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술 투자는 장기적인 것이고 생명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가치가 3년 후에도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전문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의 안목을 갖춘 상태에서 미술 투자에 접근하기를 권하는 것이다. 결국 미술 시장의 발전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와 컬렉터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런 관계가 잘 이루어질 때 우리나라도 파리, 뉴욕, 런던, 베를린에 버금가는 아트마켓이 활성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초보자가 투자할 만한 가격대는 어느 정도일까. 무조건 싸다고 현혹되지 말자. 미술품 투자 시 저렴한 가격만을 고집하는 것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작품은 되팔고 싶을 때도 그만한 가치와 그 작품을 사고자 하는 구매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 그림을 사고 싶어한다는 것은 곧 작품의 가치가 된다. 작품을 소모성으로 생각한다면 모를까 투자를 위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작품을 고를 때는, 먼저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주변에서 좋다고 해도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작품이어야 한다. 두번째는 화가가 얼마나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가의 문제. 최근 3년에서 5년 동안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지, 작품 변화 등의 노력이 확인되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꾸준히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며 발전하는 작가의 작품에 미래가 있다.
현대 회화에는 여러 가지 작품의 재료를 사용하고,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작가 홍승혜의 작업은 컴퓨터 포토샵에서 작업을 한 후 타일이나 알루미늄 판에 구워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도윤희는 나무판 위에 캔버스를 붙이고 반복적 드로잉을 하며 물감의 번지기와 색을 입혀가며 겹쳐지는 기법을 사용한다. 장승택은 플라스틱과 종이 물감 등을 혼합하여 작업한다. 판화 작가인 오영재는 컴퓨터 그래픽 작업으로 직접 그리기를 한 후 알루미늄 판에 판화 방식으로 찍어내 5장씩 에디션을 만든다. 캔버스 작업을 하며 판화를 찍어내는 작가의 작품은 캔버스 작업에 비해 판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오영재와 같이 판화의 기법을 컴퓨터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작업하는 판화 작가의 작품은 가격성과 투자 가치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200만~400만원대로 초보자들이 투자하기에 적당하다. 20~30호 정도의 중견 작가 작품은 500만~1000만원대, 도윤희의 경우 현재 스위스에서 9월까지 전시가 예정돼 있고 현지의 반응이 좋아 작품가가 오르고 있다.
지난달 열린 KIAF에서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한 작가의 작품이 싹쓸이 되는 풍경. 작품이 잘 팔리고 많은 컬렉터를 형성해 나가는 것은 좋지만 작가의 이름만 외워 무조건 사두자는 식의 투자는 옳은 방법이 아니다. 무조건 된다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운이 좋으면 살아남고 나쁘면 빈털터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 예술의 가치는 예술가와 감상을 할 줄 아는 컬렉터에 의해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미술 시장은 절대적 투자의 가치를 잃지 않는다.
글 한혜욱
출처: 여성중앙 (현 제이컨텐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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