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90
2019년 프리즈 로스앤젤레스 아트페어의
이모저모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오랫동안 세계 미술 시장에서 조연이었다. 그러나 지난주에 마침내 영화의 도시가 미술 시장의 흐름을 설명하는 주연에 등극했다. 프리즈 로스앤젤레스 첫 개막은 대대적인 축하와 함께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가 국제 아트 페어의 세계로 입문하는 순간이었다.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디 포스터 등 영화계 유명 인사들이 행사 첫 날인 2월 14일 목요일 파라마운트 픽쳐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VIP 오픈 행사에 참여했다. 또한 수많은 세계의 거물급 컬렉터들이 이 도시에 모여 행사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70개의 부스가 엄청난 판매 금액을 만들어 냈다.
프리즈 로스앤젤레스는 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 거래의 중심이 되었다. 프리즈와 동시에 Felix LA와 같은 작은 페어와 산타모니카에서 12개의 미술관과 약 100개의 갤러리들이 방문객들을 위해 전시를 개최하는 LA 아트페어 ALAC도 개최하였다. 전반적으로 이번 아트 페어는 2003년부터 10월마다 개최되는 런던 프리즈나 이번 5월에 열리는 8년의 역사를 가진 뉴욕 프리즈처럼 흥분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프리즈 페어의 총책임자 빅토리아 시달 Victoria Siddall은 지역 사회의 지지와 후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행사가 성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도시가 진심으로 이 아트 페어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모든 중요한 컬렉터들과 미술관 관계자들이 로스앤젤레스 프리즈 페어 오프닝인 14일 11시에 참석했습니다”.
프리즈의 세 번째 아트페어 개최지가 로스앤젤레스일 것이라는 소문은 2016년 4월 미국 엔터테이먼트계 대표 소속사인 엔데보 (William Morris Endeavor) 에이전시가 많은 양의 프리즈 주식을 구매했을 때부터 예술 단체들 사이에서 떠돌았다. 프리즈 로스앤젤레스의 공식적인 개최 일정은 2018년 2월에 알려졌지만 당시 이 페어의 성공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비록 도시의 갤러리들이 번창하고 있고 더 브로드 미술관 The Broad museum이나 마시아노 미술관 Marciano Art Foundation과 같은 세계적인 예술 기관들이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심한 교통 체증과 복잡한 도시라는 부분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과거 국제 사진 페어인 파리 포토 Paris Photo는 2016년을 마지막으로 로스앤젤레스 페어를 종료했고 프랑스 아트 페어 피악 FIAC 역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번째 에디션을 열기도 전에 개최를 취소하는 발표를 냈었다. LA 아트 페어(ALAC)는 계속해서 도시 아트 캘린더 상에 남아있지만 세계적인 갤러리들의 흥미를 끌어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프리즈 아트페어의 총책임자 시달이 꼽은 문제점은 컬렉터나 큐레이터들을 로스앤젤레스로 오게 할 만한 명확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5년 동안, 이곳의 미술 시장은 계속해서 커져갔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면 이런 특유의 문화적 측면들을 기념할 만한 이벤트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도시는 정말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지만 단지 그것들을 하나로 통합시킬 기회가 없었을 뿐입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프리즈는 조심스럽게 로스 엔젤레스라는 도시에 발을 담갔다. 이번 페어는 약 160-19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하는 런던이나 뉴욕의 사이즈보다 반 이상 작은 규모로, 총 70개의 부스가 들어섰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참여하는 갤러리들은 큰 규모에서는 받지 못하는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파라마운트 픽쳐스 스튜디오를 페어 장소로 선정한 것도 교통체증을 줄일 수 있으며 도시 중심부라는 좋은 지리적 위치에서 프리즈 페어의 시그니처인 흰색 텐트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었다. 프리즈는 파라마운트의 뉴욕 세트장을 활용해 프리즈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그곳에 많은 팝업 음식점들을 유치했다. 특히 이곳은 빅애플 Big Apple (뉴욕시의 별명)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기시감이 들게 했는데 비 오는 날씨는 세트장이 뉴욕의 소호 아파트와 지하철역 같았다.
이런 접근 방식은 결과적으로 통했다. 페어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 많은 갤러리들이 가져온 작품들이 모두 팔렸다고 보고했다. 레비 고리의 시니어 디렉터 에밀리오 스타인 버거 Emilio Steinberger는 단순히 많은 수의 작품이 팔렸다고 놀란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는 단순히 거래 실적뿐만이 아니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준에 놀랐습니다”. “우리의 기대치가 어느 정도였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곳의 관람객들은 마이애미의 사람들과는 달랐습니다, 국제적인 측면에서는 부족했지만 사전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들의 수준이 매우 좋아 보였습니다”
사실 단순히 갤러리들이 선보인 작가들이 국제적으로 유명해서 작품이 잘 팔린 것이 아니다. 시달은 오랫동안 도시의 예술계에서 활동한 프리즈 로스앤젤레스의 상무이자 ForYourArt 갤러리의 설립자인 Bettina Korek 베티나 코렉과 친분 있는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갤러리들에게서 성공 원인을 찾았다.
최근에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오픈한 24개의 갤러리가 이번 페어에 참여했는데 그들이 프리즈 페어 부스와 지역 시내의 갤러리 간의 유통의 흐름을 형성했다. 2009년에 프랑수아 게발리 François Ghebaly가 설립해 현재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12,000평의 전시 공간을 운영하는 게발리 Ghebaly 갤러리는 5명의 소속 작가들을 페어에서 선보였다. 갤러리 디렉터인 간 우에다 Gan Uyeda는 갤러리의 지역 컬렉터들이 적극적으로 아트 페어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우리는 새로운 커넥션을 많이 만들지는 못했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커넥션들을 강화했으며 시내에 있는 갤러리의 열기가 여기로 옮겨와 전체적으로 연결된 흐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이 행사를 위해 자신의 일정을 조율한다는 것이 멋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로스앤젤레스 갤러리인 케인 그리핀 콜 코란 Kayne Griffin Corcoran 역시 도시의 주요 예술 기관들과 컬렉터들이 이번 새로운 페어를 주목하면서 자신의 부스에서 해머 Hammer 미술관에게 마리 코스 Mary Corse의 종이 작품을 15만 달러에 판매했다고 말했다. 로열 엔젤리노스 Loyal Angelinos 갤러리 디렉터 베아트리스 센 Beatrice Shen 역시 프리즈와 같은 국제 아트 페어가 아니었으면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지 않았을 중국과 한국 컬렉터들 덕분에 큰 매출을 올렸다고 언급했다. “그들은 갤러리 부스뿐만 아니라 버버리 페퍼 Beverly Pepper의 큰 조각 작품을 보기 위해 시내 갤러리에 직접 찾아갔습니다. 사람들이 이곳에 가져온 작품들뿐만 아니라 상설 공간과 갤러리 뒷 공간에서 그날 그날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센은 과거 LA 아트페어 ALAC에도 참여했었지만 그때는 주로 지역 사람들이 관람객이었다고 언급했다.
잘츠부르크, 런던, 파리에 전시 공간이 있는 유명 갤러리인 타데우스 로팍 Taddaeus Ropac의 홍콩 지부에서 활동하는 닉 버클리 우드 Nick Buckley Wood 역시 아시아에서 온 많은 고객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모든 거물급 컬렉터들이 여기 모여 있었습니다. 대다수의 나의 고객들은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었는데, 왜냐하면 도교, 한국, 홍콩, 중국 등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오는 직항 편이 있기 때문에 뉴욕이나 마이애미보다 찾아오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프리즈 로스앤젤레스에는 동쪽에서 열린 아트 페어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런던 및 유럽 컬렉터들이 방문했다. 어쩌면 유럽인들은 틴셀타운 Tinseltown (할리우드의 별명) 페어로 가는 비행기는 별로 타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 한 런던의 아트 딜러는 많은 수의 국제 아트 페어로 인한 강도 높은 스케줄 때문에 홍콩 아트 바젤로 가는 비행기 편을 로스앤젤레스에서 취소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첫 아트 페어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자 많은 사람들은 페어의 규모를 뉴욕이나 런던처럼 더 늘릴 것인지, 아니면 계속 70개의 부스 개수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시달은 현재 파라마운트의 흰색 텐트는 더 이상 부스를 추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만약 규모를 늘린다면 새로운 장소가 필요하며 아직 그들은 장소를 물색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래의 페어 규모를 확장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달의 고객들은 규모를 늘리는 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다수의 아트 딜러들은 페어의 친근한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고 컬렉터들 역시 눈에 불을 켜고 작품을 찾아다니는 특성상 규모의 크기를 자르는 것이 둘러보기도 편하고 덜 지친다고 말했다. 레비 고비 Lévy Gorvy 갤러리의 시니어 파트너 스타인 버거 Steinberger는 내년에는 갤러리가 조금 더 추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페어를 처럼 너무 크게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면 너무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라고도 덧붙였다. 타데우스 로팍 Thaddaeus Ropac의 버클리 우드 Buckley Wood 역시 적정한 제한선이 있는 것을 권했다. “만약 규모가 너무 빨리 확장된다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규모에 대한 논쟁은 한 쪽에 두고, 빅토리아 시달은 프리즈 로스앤젤레스는 Paris Photo나 FIAC L.A의 경우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했다. 그리고 미술 시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2020년 2월 햇살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로 오는 비행기를 예약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곳에 오래도록 있을 겁니다”
출처: www.arts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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