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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오아트 Report no.161] 2020 August Week 1

HELIO REPORT 헬리오 리포트/2020

by HelioArt 2023. 4. 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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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61

일생 생활에 스며드는 예술

운동화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가?

예술작품에 대한 정의는 늘 변화해 왔다. 현대 미술의 선구자 중 한명인 마르셀 뒤샹이 남성용 소변기에 자신의 서명을 적고 예술 작품이라고 명명했을 때만 해도 그의 작품을 두고 예술작품인지 아닌지 큰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 미술의 성장과 함께 지금은 행위 예술, 비디오 예술 등 예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예술의 본질은 자유로운 창조의 활동이기 때문에 ‘예술’ 이란 정해진 틀을 정해 놓고 예술과 비예술을 나누는 것은 애초에 잘못된 기준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미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로 평가하기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물건들이 미적가치를 가지고 있다. 옷, 가구, 소품, 악세서리 등 다양한 물건에서 우리는 미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을 진정한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생산자에게 달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고 얼마나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자신의 관점과 고유한 가치를 불어넣느냐가 작품과 상품을 나누는 큰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많은 소비자의 취향과 트랜드를 반영한 물건은 생산자의 의도 이외의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이 섞여 있기 때문에 순수한 예술 작품으로 보기 어렵다. 반면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물건이라도 작가만의 관점과 가치가 담겨 있다면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 뒤샹의 샘(1917) 이 소변기가 아닌 작품이라고 명명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오늘날 현대 미술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가 준 한명인 앙리 마티스는 “영화, 광고, 잡지 등 이미 만들어지는 다량의 이미지를 강제로 투여되는 현대”에 창조적 행위를 하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대 사회에서 대중 매체가 만들어 제시하는 미적기준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마티스는 획일적인 예술이 존재하는 미래를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현대미술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며 예술작품을 생산하는 것을 보면 다행히도 마티스가 걱정하는 모습과는 반대로 예술은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더불어 현대 소비 패턴은 예술과 상품의 경계를 허물어 가고 있다. 대중은 구매행위가 특별한 경험이 되기를 바라고 동시에 자신만이 소유한 개성적인 물건에 큰 매력을 느낀다. 한정판 제품이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많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디자이너의 관점이 뚜렷하고 한정적일수록 상품은 예술적 특성을 띄게 되고 많은 이들은 ‘작품’에 가까운 물건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한다. 요즘 많은 이들이 한정판 운동화를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 그 예이다. 루이비통의 디자이너인 버질 아볼로는 운동화가 자신의 세대에 맞는 새로운 예술 형식이라고 말한다. 그가 개성을 한껏 드러내며 디자인한 운동화를 1500족 혹은 2000족으로 한정하여 발매하는 것은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운동화를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운동화 수집가들이 신발을 신지 않고 전시하는 모습을 보면 버질 아볼로가 말했듯 그들에게 신발은 하나의 작품에 가까운 존재로 보인다. 지금 당장 한정판 운동화를 “작품” 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먼 미래에 우리는 좀 더 많은 대상들을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 확실한 것은 예술 작품을 사는 심리가 우리의 소비패턴에 점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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