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장소 그리고 작품들까지 일년동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과 잊어야 할 것들
A screenshot of Banksy's video on his Instagram account Instagram/Banksy
2018년이 좋았던 사람들
파쇄기
오랫동안 불법적인 작품 파괴 도구로 악명높았던 파쇄기는 올해 ‘창조적인 힘’의 원천으로 이미지 쇄신을 했다. 영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는 <Girl with the Balloon> (2006)이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되자 이에 대한 반항으로 작품을 그 자리에서 파쇄했다. 뱅크시가 준비한 기계의 결함으로 파쇄가 중간에 멈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의도와 다르게 작품의 가치가 상승했다. 그럼에도 이것이 그림 투자자들과 콜렉터들을 고심하게 했던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로 유명한 세계적인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는 수많은 영화의 주인공이었지만 올해는 그 보다 더 특별했다. 영화감독이자 현대미술가인 줄리언 슈나벨이 감독한 빈센트 반 고흐의 영화 ‘앳 이터너티스 게이트’ (At eternity’s Gate) 가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수상했기 때문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십여개에 전시가 향후 2년간 기획되어 전시될 예정이다. 가까운 전시로는 내년 2월 암스테르담의 반고흐 미술관에서 ‘호크니와 반고흐’전을 한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관람을 추천한다. 호크니와 함께 당분간 미술계의 반 고흐를 향한 사랑은 계속 될 것 같다.
러시아 리볼로프레프와 스위스 부비에의 변호사들
프랑스 축구팀 AS모나코의 구단주이며 러시아 비료산업의 거물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와 스위스의 유명 아트딜러인 ‘이브 부비에’ 사이에 법정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해지는 바로는 부비에가 부적절한 책정으로 작품을 팔면서 드미트리가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그들의 변호사들에게는 이 다툼이 굉장한 액수의 돈이 된다는 것이다.
David Hockney dpa Picture-Alliance/Alamy
David Hockney 데이비드 호크니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자신의 경매 기록을 올해만 세번이나 갱신하면서 살아있는 가장 비싼 작가가 되었다. 그의 작품인 <수영장의 두사람(Pool with Two Figures)>(1972)가 지난 11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약1천억원( $90.3)에 낙찰되었다. 하지만 정작 작가 본인은 그러한 사실에 큰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는 고령임에도 담배를 피는 자유에 더 관심 있다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 그의 전시가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2월부터 3월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도 봄기운이 가득한 전시가 예정이라고 한다.
AfriCOBRA
아프리카 미술이 관심을 받으면서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시카고의 Black Arts Movement이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그들의 투어링 전시인 Soul of Nation에서 AfriCOBRA은 가장 중요한 섹션이다. (현재 부르클린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내년 2월 3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이는 Art Design Chicago가 주관하는 전시들과 각종 페어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림보.. 아니쉬 카푸어
춤의 한 종류인 림보가 아니다. 그간 있었던 사건들을 정의할 수 있는 한 단어이다. 포루투갈 현대미술관 (Porto’s Museu de Serralves)에서 지난 8월에 2.5미터 깊이의 검은 구멍으로 이루어진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인 <림보로 향하다 Descent into Limbo> (1992)의 경고문을 무시한 안타까운 관람객이 말 그대로 2.5미터 아래로 작품에 잡아 먹혀 버렸다. 5월에는 행방이 묘연했던 Andrea Mantegna의 <Descent into Limbo> (around 1492) 작품이 이탈리아의 베르가모에서 발견되었는데 이 사건이 아니쉬 카푸어에게 대한 관심을 더욱 이끌고 있다.
제니 사빌
영국 회화작가 제니 사빌이 살아있는 가장 비싼 여성 작가가 되었다. 지난 10월 그녀의 작품인 <Propped> (1992)가 런던 소더비에서 약 135억원 (£8.25m; £9.5m with fees)에 낙찰 되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놓친 것에 대해 당신은 부끄러워할 필요없다. 뱅크시가 낙찰 후 분쇄기에 자신의 작품을 갈아 버린 사건에 가려 모두의 신경이 다 그 쪽에 팔렸었기 때문이다.
A rendering of Jeff Koons's Bouquet of Tulips © Jeff Koons; courtesy of Noirmontartproductio
현대 아랍 미술
소장작품의 진품 여부에 대한 논란으로 아랍 미술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더불어 지난 10월 두바이의 회사인 Abraaj가 파산을 하면서 회사가 소유하고 있던 콜렉션들을 팔게 되었다. 이때 많은 작품들이 10년전 거래되었던 가격보다도 더 낮은 가격에 팔렸기 때문에 당분간 현대 아랍 미술계는 부진함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런던의 국립 초상화 갤러리(The National Portrait Gallery) 관람객이 2016-2017년 190만 명에서 2017-2018년 110만명으로 급격히 줄었다는 수치를 전달받고서 새 단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미술관이 한달간 서둘러 리모델링 끝낸 뒤에야 지난 9월 방문객 수치에 기계적 오류가 있었다고 밝혀졌다. 관람객을 측정하는 Ipsos Retail Performance(입소스)사의 기계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던 것이며, 정확한 수치는 170만명 이었다고 한다. 20만명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리모델링을 할 정도로 재앙적인 수치는 아니었다. 바보같은 기계가 끼친 피해는 사실 더 클 수도 있다.
제프 쿤스
제프 쿤스는 유명한 프랑스 예술기관들의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작품인 11미터 높이의 <튤립다발 Bouquet of Tulips>이 프랑스의 미술관 팔레 드 도쿄 The Palais de Tokyo 로 부터 거절되었다. 대신 이것은 뛸르리 공원의 the Petit Palais의 잔디밭에 전시되기로 했다. 지난 11월에는 제프쿤스의 작품 <겨울의파티 Fait d’Hiver>(1988)가 프랑스회사 Naf Naf사의 1980년대 광고를 표절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파리에서만 2번째 표절이다. 쿤스의 파리 대변인은 그간 쿤스의 프랑스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것이 신작 <튤립다발>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프랑스는 행보를 보았을 때 그의 열정이 시든건 아닌지 냉담한 태도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포옹
예술 그룹 Togetherness가 브렉시트와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사회적 분열을 이끌어오는 것과 관련해서 ‘현대 사회가 얼마나 서로를 단절시키는지’를 드러내기 위해 런던 테이트 모던의 터빈 홀에 거대한 공간을 마련했다. 공연 예술가인 타니아 브루게나는 온도가 상승하면 보이는 시리아 이민자의 초상을 바닥에 그려놓아 관람객들이 누워 그곳을 따뜻하게 만들면 숨겨져 있던 그림이 보이도록 했다. 하지만 런더너들은 작품으로부터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터빈홀에는 백명 가량의 관람객만 나타났을 뿐 작품은 여전히 차갑고 이민자의 초상은 보이지 않는 상태로 남아있다.
Salvator Mundi 살바토르 문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 모두를 놀라게하며 약 5천억원 $450m 에 낙찰되고 나서 작품이 최고급 요트를 위해 구매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구매 후 아부다비의 루브르 미술관에 전시되기로 약속되면서 루머를 피해가는듯 했다. 하지만 전시가 계속 지연되면서 작품은 스위스의 창고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의문을 보내고 있다. 이 작품의 역사적 미술사적 가치를 생각할 때 요트에나 걸어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말이다.
Frieze New York 뉴욕 아트페어
만약 당신이 더운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Frieze New York는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이것은 뉴욕 아트페어에 참석했던 콜렉터들이 전하는 메시지다. 그들은 에어콘의 열풍이 가득찬 텐트 속에서 서로 그림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보다는 이곳이 얼마나 사우나처럼 더운지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페어 관계자 측은 에어컨의 결함과 준비 미숙에 대해 사과하고 콜렉터들에게 소정의 선물을 전달했다고 한다.
브라질
엄청난 화재가 브라질 리오의 국립미술관을 덮쳤다. 그러나 미술관 재건 노력은 큰 방해에 부딪쳤다. ‘열대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르가 브라질 3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미술관 화재에 대해 물었을때 보우소나르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이미 불은 났는데 내가 뭘 해주길 원하는거죠?’.
출처:theartnewspaper.com